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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이 만난 일본노동자협동조합

2016 일본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정기총회 참관기

 

지난 6월 17~18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제37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한국 노동자협동조합의 대표 단체인 ‘일하는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워커쿱연합회)’가 초청받아 박강태 회장을 비롯해 워커쿱연합회 관계자 4명이 축하사절단으로 참석했다. 사절단에 동행한 윤지선 청년혁신활동가(워커쿱연합회 매니저)의 참관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일본노협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일하는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워커쿱연합회) 박강태 회장

 

 

노동자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노동자(직원)들이 1인 1표의 원칙 아래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이윤을 분배하는 협동조합입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이나 우리나라의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처럼 노동자협동조합이 법제화되지 않은 일본에도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노동자협동조합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패전 이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탄생한 일본노협

 

1945년 패전으로 일본은 산업이 몰락하고 노동자 3명 중 1명이 일정한 직업을 갖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실업 상황을 맞이합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긴급실업대책법을 세우고 공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데, 이 공공직업안정소에 등록된 일용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많을 때는 22만여 명의 조합원이 있을 정도로 큰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공적 고용 창출이 줄어들고 근로일수 및 급여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점차 심각해졌습니다. 이 때 이들 중 일부 조합원들은 정부의 일거리를 받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사업단을 만들어 일하기 시작했고, 1979년에 이런 사업단들이 모여 첫 정기총회를 갖습니다. 일본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이하 일본노협연합회)의 역사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일본노협연합회에서 제작한 <Workers> 영화포스터와 상패들

 

협동노동으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 만들기

 

1회 정기총회 이후 일본노협연합회는 1980년대에는 주로 병원 등의 건물 관리 및 생협의 물류사업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였지만 곧 위기가 찾아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양극화, 저출산, 청년실업, 고령화 등의 사회 문제가 대두된 것이죠. 이로 인해 일본의 노동자협동조합들도 기존의 거래 관계가 종료되는 등 난관에 봉착합니다.

이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일본노협연합회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을 ‘협동노동’의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비전을 세웁니다.

 

새로운 비전 아래 일본의 노동자협동조합들은 지자체의 공공시설 관리 사업을 위탁받거나, 당시 시작된 개호보험(2000년 4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사회보험제도,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과 유사)을 기회로 지역에서 아동 돌봄서비스, 방문 요양서비스 등의 복지서비스를 담당하게 됩니다.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죠.

현재까지도 ‘협동노동’과 ‘지역사회’는 일본노협연합회의 주요한 두 가지 축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본노협연합회는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와도 MOU를 맺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노협연합회 본사 사무실에 걸려있던 ‘사람 사는 세상’ 현수막

 

일본노협연합회에는 후크송이 있다?

 

옛날이야기는 이 정도로 매듭짓고 이제부터는 2016년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요?

이번 일본 출장은 일본노협연합회의 제37회 정기총회에 초대를 받아서 간 것인데요. 총회 참석에 앞서 먼저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일본노협연합회를 방문해 향후 한국과 일본의 연대협력활동을 의논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교류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지만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를 아우르는 연대 조직 구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인근 이탈리안 식당에서 100명에 가까운 일본노협연합회 사람들과 교류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회를 위해 일본의 각 지역에서 도쿄로 모인 분들로, 서로가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곳곳에서 떠들썩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그렇게 흔한 회식 같은 교류회가 끝나갈 즈음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두가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더니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일본노협연합회 노래인 ‘우리들의 보물’이란 곡으로, 몇 십 년 전에 만들어진 노래인데 한 번 들으면 후렴구가 계속 입가에 맴도는 일종의 후크송이었습니다.

이 후크송을 흥얼거리며 간 2차 자리에서는 저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조합원과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어릴 때 나쁜 일을 많이 했는데 노동자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구원을 받았다고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본인을 소개하더니, 이곳에서 하는 일과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몇 차례나 강조하더군요.

 

 

교류회 자리에서 일본노협연합회원들이 '우리들의 보물'을 열창하는 모습

 

진지함과 따뜻함이 공존했던 정기총회 현장

 

다음날 모두가 도쿄 인근의 오다와라 시로 이동해 정기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오다와라 시는 협동조합이 없던 시절에 협동조합과 유사한 정신으로 농촌을 개혁했던 니노미야 손토쿠(1787~1856)라는 인물이 살았던 곳으로,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이번 정기총회 장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깔끔하면서도 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던 도시락을 말끔히 비우고 드디어 정기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운동 경기나 콘서트가 열릴 법한 체육관 같은 곳을 빌려 정기총회가 진행되었는데 그 규모가 놀라웠습니다.

 

정기총회가 열렸던 일본 오다와라시 오다와라 아레나 건물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일본노협연합회 나가토 유조 이사장

 

개회 인사 및 일본노협연합회 나가토 이사장의 인사가 있은 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축하영상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워커쿱연합회) 박강태 회장이 단상에 올라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박 회장은 유창한 일본어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여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어 일본노협연합회 후루무라 전무이사가 ‘2015년 활동 회고 및 2016년 활동 방침을 전한 뒤, 좋은 성과를 거둔 노동자협동조합을 표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여성이 깜찍한 여자아이를 안고 단상에 올라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전하는 따뜻한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아이를 안고 상을 받는 조합원과 토론회 모습

 

다음 순서로는 ‘협동노동의 지역화, 사회화’라는 주제로 4명의 패널이 나와 각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시민들의 선의를 협동노동 방식으로 구현하는 히로시마의 ‘협동노동 플랫폼 사업’과 아이들이 직접 사업의 주체가 되어 식당을 운영하는 ‘아이들의 식당’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총회는 역시 후크송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함께 팔짱을 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총회장 한쪽에는 지역 특산물과 수제품 판매장이 열렸다. 

 

일에 대한 자부심, 동료에 대한 애정

 

출장 둘째 날이 저물고 어느덧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이 날도 정기총회가 이어졌지만 주요 안건을 의결하는 날이어서 저희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일본노협연합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학습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본노협연합회의 나카노 주임과 도모오카 씨가 함께 하여 사전에 보냈던 질문에 대해 답변해 주셨는데요. 일본노협연합회의 고용관계나 출자 방식, 사업 구조, 청년과의 교점이나 인재 양성에 대한 고민 등 소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몬드라곤이나 우리나라의 노동자협동조합, 그마저도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알던 저에게 일본의 노동자협동조합은 솔직히 낯설었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기업과 노동자협동조합이 합쳐진 듯한 형태가 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2000년대에 대학을 다닌 저에게는 생경한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2박 3일간의 회의와 대화, 그리고 오키나와 전쟁기지 반대를 외치고 구마모토 지진피해를 위해 성금을 걷는 모습을 통해 일본노협연합회에서 ‘지역’이 갖는 의미, ‘협동’이 갖는 의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조합원 한 분 한 분의 자부심 넘치던 눈빛,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과 그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지금도 여전히 초짜 청년활동가이지만 언젠가 저에게도 그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스며드는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글/사진. 윤지선(청년혁신활동가. 워커쿱연합회 매니저)

 

 

출처 : http://sehub.blog.me/220742852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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