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여개 노동자협동조합 전수조사 진행...올해 BTS지원단 출범
2018년은 정부 국정과제로 사회적경제가 떠오르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한 해였다. 다양한 정책 과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2019년은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화되는 해다. 다양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로운넷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 주요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의 의견을 참고, 2019년 사회적경제 이슈를 분야별로 직, 간접 전망해봤다. |
“사회적경제도 노동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 기준을 세워 나가며, 그걸 밖으로 선언(실천)해야 합니다.”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이하 워커쿱)’ 박강태 회장의 말이다. 워커쿱은 현재 15개 회원조직 2500여명 조합원이 참여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노동자(직원)협동조합 연합조직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법인을 구성하는 노동자들이 법인을 소유하고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협동조합 유형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몬드라곤협동조합이 대표적인 모델. 국내에는 주식회사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 후 현재 56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해피브릿지’가 대표적이다.
워커쿱은 2019년부터 'BTS(Buy-out Transformation Start-up)지원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 확대·강화에 나선다. 박 회장은 "BTS지원단은 인수·전환·설립을 지원하는 워커쿱 운영의 사업단"이라며 "기존 조직을 인수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거나 새로 설립하는 과정을 밀착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워커쿱에서는 노동자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키도 했다.
박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에 사회적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요즘, 사회적경제조직 스스로가 일하는 직원들의 권리와 책임을 높이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워커쿱)는 어떤 일을 하는가.
▶ 우리나라를 대표해 시코파(CICOPA)에 가입되어 있는 공식회원 조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창립했다. 시코파 기준에 따라 직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프리랜서협동조합, 노동자자주관리기업 등 일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 및 협동기업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연합회다. 현재는 주로 제조/서비스업 협동조합(워커쿱, Worker coop)인 해피브릿지,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우진교통, 아이쿱생협협동조합지원센터 등 15개 회원조직(2개 준회원 포함) 2500여명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 동안은 국제활동, 홍보활동, 교육 및 사업협력 등 연대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 지난해 말 워커쿱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등록된 503개 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는 이름 그대로 연합조직이지만 아직 가입률이 높지 않다. 아무래도 연합회 회원 조직이 많지 않으니 업종 간 격차도 크고, 규모의 차이 등으로 공제 등 공동사업을 펼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더 많은 조직들과 연대하기 위해 처음 전수조사를 한 것이다. 전체 1만5천개에 달하는 국내 협동조합 중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협동조합 공식사이트에 노동자협동조합 유형으로 등록된 곳이 528개(2018년 11월 기준)고, 그 중 연락처가 확보된 250여개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실제 연락이 닿은 곳은 111개에 불과했고, 설문조사에 임한 곳은 23개 뿐이다. 그나마 연락된 곳들도 자신들이 노동자협동조합이라 여기지 않거나 연대에 대한 의지가 낮았다.
- 연락이 닿은 곳이 111개라는 것은 실제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다는 얘기인가.
▶ 그런 셈이다. 영업 상태가 아닌 곳도 많은 듯 했다. 허수가 많고 유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고 느껴졌다. 물론 유형 분류는 법적 요건은 아니다. 관리상 기준이긴 하지만 등록 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은 2/3 이상의 직원이 조합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지향만 있고 비즈니스실체는 없는 곳들도 유형 분류 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표시를 하는 거다.
현황이 이렇다는 건 협동조합도, 행정도 이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편의적으로 기재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어쩌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분류해 둔 곳들도 면밀히 살펴보면 노동자협동조합이 아니거나, 실제 노동자협동조합인데 다른 유형으로 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제대로 된 현황 조사조차 되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 지난해 12월 12일에는 워커쿱에서 ‘BTS지원단’을 창단했다. BTS지원단은 무엇인가.
▶ BTS지원단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인수·전환·설립을 지원하는 워커쿱 운영의 사업단이다. 기존 조직을 인수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거나 새로 설립하는 과정을 밀착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워커쿱의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 예를 들면 어떤 곳이 지원 대상이 되나.
▶ 전국 20개 정도의 전기택시협동조합(친환경)을 인수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미 대구에서 발기인대회를 진행했다. 또 최근 유치원 사태로 나온 ‘유치원협동조합’ 설립도 지원할 생각이다. 현재 성북구에서 유치원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곳이 있어 함께 논의 중이다.
- BTS지원단을 고민하게 된 이유는.
▶ 두 가지다. 하나는 협동조합 운동이 사회적 요구에 응답·반응해야 할 시기라 본다. 최근 유치원 사태로 인한 유치원협동조합 등장, 춘천 버스 인수 등에서 보여지듯,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사회문제에 사회적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 내부적으로 사회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응답하기에는 미숙한 상황이다. 좋은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려면 구심을 강화하고 통합적으로 자원과 역량이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또 하나는 기존 사회적경제조직 구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지금보다 더 권리와 책임을 높이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구조는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노동조합뿐이다. 문제는 그러한 구조 내에서는 노사관계 또한 원활하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실제 협동조합 내에 노조가 생기면서 갈등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기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사조합원이 낮은 권한과 책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공익적 영역 여러 곳에 노동문제가 내재화되어 있다.
이런 문제는 협동조합운동에 결국 마이너스가 된다. 갈등은 인식, 대처, 구조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생기는 건데 잘 대처하고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한 사업에서는 균형화된 협동조합 모델인 ‘공익협동조합’을 적극 도입해보고자 한다. 특히 버스, 유치원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설립·인수·전환 과정에서 ‘공익협동조합’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공익협동조합은 무엇인가.
▶ 공익협동조합은 프랑스에서 나온 모델로, 일하는 이들의 권익이 경영상 의제로 들어가도록 하는 동시에, 이들이 경영에 공동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책임성을 높이는 사회적협동조합의 한 유형이다. 즉, 법적으로는 사회적협동조합이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의 정신이 반영되어 거버넌스 내에 일하는 사람 1/3, 이용자 1/3, 지역사회1/3 이런 형태로 균등하게 경영에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이 유형의 핵심은 일하는 이들의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높인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공익협동조합이라 불리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기라, 어떻게 이름을 붙이고 부를지는 앞으로 과제다.
기존 사회적협동조합이 가진 노동문제를 극복하고, 일하는 사람의 권한과 책임을 더 높인다는 점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BTS지원단 구성 및 운영은 어떻게 되나.
▶ 이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우선 사업 취지에 동의하는 관계자들과 먼저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동단장으로는 김성오 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임헌조 쿱택시 이사가 함께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실행위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며 금융, 회계, 경영전략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 민간으로만 이루어져 운영되는 건가.
▶ 사실 이런 부분이 제도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면 좋지만 국내는 아직 노동자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조직이나 법규가 별도로 없다. 올해 국내에서도 관련 정책연구보고서가 나왔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원기관 설립이나 법규 마련에 소극적이다.
해외의 경우 제도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을 지원하는 법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마르꼴라법’이라 해서 250명 이하 중소기업이 경영상 이유로 기업을 매각할 경우 직원들에게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고 우선 인수권을 주는 등의 법규를 담고 있다.
- 노동자소유기업, 노동자협동조합이 아직 국내에서는 인식이 낮다. 노동조합협동조합 활성화도 그런 점에서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 맞다. 우리 사회가 ‘노동’,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노동자 소유기업도 많지 않거니와, 있는 곳들도 노동조협동조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BTS지원단을 출범시킨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좋은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기 위함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협동조합은 국제 보편의 오랜 규범이 있는 운동이다. 우리 사회에서 협동조합운동이 더 안정화 단계로 가면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전에 사회적경제조직들 스스로가 노동문제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 기준을 세워 나가며, 그걸 밖으로 선언(실천)해야 한다. 그게 사회적경제 전체로 파급되면 연대와 협력의 모범이 될 것이다. 어렵지만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워커쿱도 공익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영 참여 등이 가능한 모델을 계속 고민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