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 지상중계]
하위직 임금 일반 기업에 견줘 높고
일에 대한 만족도 높게 나타나지만
“복지 확대와 산업의 재편을 위해
담론 이끌어가는 세력 돼야” 목소리
하위직 임금 일반 기업에 견줘 높고
일에 대한 만족도 높게 나타나지만
“복지 확대와 산업의 재편을 위해
담론 이끌어가는 세력 돼야” 목소리
전북 완주 고산미소시장에 위치한 동네카페 ‘서쪽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왼쪽)’와 협동상회 ‘널리널리 홍홍’의 전경. 임경수 전주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발제문 중 사진 발췌
#사례2. 멀지 않은 곳엔 여러 공동체가 만든 작은 소품을 판매하는 협동상회 ‘널리널리 홍홍’이 있다. 장미경 사장은 가게 운영 외에도 칼럼니스트, 문화기획자 등 여섯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 중 몇 가지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지만, 나머지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돈이 떨어지면 돈 버는 일을 늘리고, 돈이 충분하면 하고 싶은 일을 더 한다. 6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 한다.
두 사례가 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자리 현실 전체를 대표할 순 없지만, 적어도 기존의 일자리 정책이나 방법론으론 설명하거나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만큼은 확인할 수 있다. 일반 기업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자본소득을 노동소득으로 전환하며 일자리의 질을 높인다거나,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시달리던 프리랜서들의 파편화된 노동에 ‘협동조합’ 거버넌스를 더해 공동의 안전망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 등도 기존 고용지표들로 포착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의 독특한 영역에 속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경제에서 적용하는 고용지표만으로 일자리를 평가하거나, 기존의 정책과 접근 방식에 머무르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7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공동 주관으로 열린 제7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자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하후상박(下厚上薄)’ 임금구조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공동주관해 열린 ‘제7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은 이처럼 다양하게 펼쳐진 사회적경제 분야 ‘일자리’의 유형과 평가기준을 재점검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사회적경제 분야가 만들어내는 ‘일’의 성격이 무엇인지, 사회적경제의 본연에 충실한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에 얼만큼 철저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 진행에 앞서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사회적경제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경제 없이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회적경제에서 만들어질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로 자리잡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상용직, 임노동이라는 고용 관점에서 사회적경제가 만들어가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적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립된 노동’ 탈피에 주목 할 필요
주관적 고용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의 차이도 눈에 띈다. 2015년 길현종 연구위원이 수행한 연구결과에선 일에 대한 만족도를 구성하는 질적 지표 중 임금만족도를 제외한 인사의 공정성, 의사소통, 취업안정성 등 모든 영역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노동자들이 일반기업에 비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는 사회적경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일반기업에 비해 여성과 장애인, 장년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점과 임금은 적지만 보다 평등한 임금구조를 지닌 점을 감안할 때, 사회적경제가 질이 낮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단정짓는 것은 편향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자료: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발제문 중 ‘근로자 주관적 고용의 질’(2015, 한국노동패널(2014), 길현종 외(2015))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017년 기준 국내 프리랜서가 최소 42만명이라고 추산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자의든 타의든 프리랜서가 된 사람들 대부분 저소득과 불안정의 늪에 빠져 있다. 노동자도 사장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 때문에 거의 모든 사회보장체계 틀에서 벗어 나 있다. 이들이 스스로 모여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고 있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프리랜서협동조합’이다. 프리랜서협동조합 일자리 유형 발제는 번역협동조합의 최재직 사무국장이 맡았다. 번역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프리랜서 통·번역가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단체다. 혼자 떨어져 일하는 통·번역 프리랜서들이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며 제대로 일하고 제값을 받기 위해 모인 것이다. 최재직 사무국장은 프리랜서들이 모이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립된 노동에서 벗어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노동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년을 거버넌스의 파트너로 신뢰해야”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이기도 한 사회적기업 휴먼케어의 송유정 대표이사는 “이미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국가가 어떻게 공공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좋은 일자리가 좋은 서비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공공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금득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트레이너는 “기존의 취창업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 아닌 사회보장 제도를 포함한 종합 정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단순히 도움을 주어야 할 수혜 대상이 아니라, 청년정책을 만들 때 거버넌스의 파트너이자 주체로서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경수 전주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센터장도 “사회안전망을 국가가 만들 것인지, 지역사회가 만들 것인지 조금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사회적경제 주체들부터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지켜갈 것인지 더 철저하게 점검할 때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